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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23-06-04 (일) 12:57 조회 : 388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디자인 시장 개척한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함께 디자인 한 배스킨라빈스 패키지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1985년 SPC그룹이 얼라이드 도메크 (Allied Domecq)사와 합작 설립한 회사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적 행사를 치르면서 외식 산업이 크게 다변화되고 있던 시기였다. 이를 예측한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의 경험을 살려 배스킨라빈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배스킨라빈스에 이어 1994년에는 한국 내 던킨도너츠 사업권도 획득하고 1호점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현재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는 각각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과 도넛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한 이 두 개 브랜드에는 어떤 이야기와 디자인 철학이 담겨 있을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대명사, 배스킨라빈스
배스킨라빈스는 미국의 어빈 로빈스(Irvine Robbins)가 1945년 육군 제대 후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에서 21가지 맛의 아이스크림을 내건 ‘스노버드 아이스크림’을 개점한 것이 그 모태다. 어빈 로빈스는 인근에서 다른 이름의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던 매부 버턴 배스킨(Burton Baskin)과 힘을 합쳐 1948년 아이스크림 회사를 설립했다. 1985년 SPC그룹은 국내에 배스킨라빈스를 소개했고 현재 전국에 12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 시장에서 배스킨라빈스가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철저히 현지화한 제품(플레이버)과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배스킨라빈스 연구진은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적합한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국내 론칭 후 수십 년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개발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2009년부터 미국 본사로 역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세상의 모든 상상력을 디자인에 담다
아이스크림에 대한 이미지는 무엇일까?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이라는 단어를 통해 연상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현해낸다. 제품의 품질, 기업 문화부터 디자인에 이르는 모든 요소에 ‘재미와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녹여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냄으로써 소비자에게 친근하고 밝은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의 슬로건은 ‘We make people happy’다. 이는 디자인에도 반영되는데, 배스킨라빈스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만이라도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디자인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디자인 철학에 ‘고객 관계’라는 가치를 더했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브랜드의 외양보다 소비자와 맺는 의미 있는 관계에 더욱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더 좋은 디자인을 위해 브랜드를 경험하고 즐기는 소비자의 삶을 이전보다 더욱 주의 깊고 세심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협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배스킨라빈스 디자이너는 신제품 출시와 새로운 프로모션에 앞서 마케팅 실무 부서, 연구소와 수시로 회의를 진행한다. 작은 일러스트레이션부터 패키지, 비주얼 머천다이징 등 소비자와의 접점에 있는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기 위해서다. 국내 많은 대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인팀 업무는 홍보물 제작, 제품 패키지 디자인 등에 그칠 때가 많다. 하지만 SPC 그룹 디자인센터, 그중에서도 배스킨라빈스 디자인팀은 조금 다르다. 배스킨라빈스 디자이너에게는 프로젝트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주어지는데, 예를 들면 아이스크림 플레이버의 네이밍부터 메인 컬러를 정하는 단계에 참여하기도 한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디자인을 위해 연구원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제품 완성 단계를 고려해 패키지와 그래픽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마케팅팀과는 출시 후 프로모션 전략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는 디자이너가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배스킨라빈스 디자이너는 신제품 출시에 앞서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디자인을 고민하는데 이는 배스킨라빈스 디자인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재미이기도 하다. 아이스크림이라는 특성상 다른 식품 패키지와 달리 상상력을 자극하는 자유로운 콘셉트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2016년 여름에 앞서 출시한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블라스트’가 좋은 사례다. 솜사탕과 음료를 결합한 독특한 이 제품은 기존에 존재하는 형식이 아니기에 디자이너와 연구원의 고민이 그 어느 때보다 깊었다. 특히 솜사탕을 표현한 패키지 디자인을 위해 오랜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결국 하늘색의 블라스트 음료가 담긴 컵에 분홍빛 구름 모양의 캡슐 뚜껑을 결합시키는 아이디어로 결정됐는데 이는 ‘하늘에 떠 있는 분홍색 구름을 따 먹는 상상을 하는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영감을 얻었다.

배스킨라빈스 이상한나라의 솜사탕 포스터 

이처럼 디자인팀과 마케팅팀, 연구소 등 다양한 부서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까닭에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한데, 재미있는 것은 부서 간 업무 이해도와 시각 차이가 존재하나 디자인 영역에 대해서 만큼은 그 전문성을 인정해 수용도가 무척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디자인 경영을 추구하는 SPC그룹 구성원들이 디자인의 가치와 가능성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5년 알레산드로 멘디니와의 협업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배스킨라빈스 디자이너들은 협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데 필요한 많은 예산에 다소 부담을 느꼈고 유관 부서의 협조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디자인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협업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시작됐다.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함께 디자인한 배스킨라빈스 블럭팩.

31가지 이상의 행복
배스킨라빈스 BI의 ‘B’와 ‘R’에는 숫자 ‘31’이 숨어있다. 이를 두고 배스킨라빈스에 31가지의 플레이버가 있을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사실 한 달 내내 새로운 맛을 선보이겠다는 브랜드의 의지를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우리나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에서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아이스크림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시켰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냈다.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과 재미를 추구하는 점은 브랜드의 근간이자 디자인 철학의 뿌리이기도 하다. 상상력을 심미적,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배스킨라빈스 디자인은 그 자체로 이미 영감의 원천이다.

우유로버블버블해 패키지 

도넛, 한국의 문화가 되다
던킨도너츠는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탄생한 브랜드다. 창업자 빌 로젠버그(Bill Rosenberg)는 노동자들에게 간편하게 제공할 수 있는 점심 메뉴 개발에 고심하다가 도넛과 커피를 함께 판매한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도넛 가게들은 서너 가지의 단순한 제품만 판매하고 커피는 아예 취급하지도 않았기에 빌 로젠버그의 메뉴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비알 코리아의 던킨도너츠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94년 이태원 1호점을 통해서다. 이후 한국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지속해 2010년 초에는 매장 수와 매출액에서 전 세계 2위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명실상부 국내 도넛업계의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던킨도너츠는 그동안 한국 시장에 맞는 현지화 전략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테이크아웃 비중이 높은 미국과 달리 매장 내에서 도넛을 즐기는 비율이 높은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해 인테리어 디자인을 강화한 것도 그래서다. 또한 미국에서는 진열장의 도넛을 직원이 꺼내주는 반면, 소비자가 선택한 도넛을 직접 골라 담게 한 것도 한국 던킨도너츠 서비스의 특성이다. 제품 현지화를 위한 노력도 지속했는데, 쌀을 이용한 쌀 도넛 출시 등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던킨도너츠의 브랜드 디자인 콘셉트는 ‘친근함과 다양함’이다.

커피 & 도넛, 새로운 변화와 혁신
요즘은 당연한 조합처럼 보이는 ‘커피와 도넛’이라는 말도 사실은 던킨도너츠의 캠페인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던킨도너츠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캠페인을 끊임없이 고민하는데, 최근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와 협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이크 모양의 패키지에 담긴 커피와 도넛 세트, 붐박스 모양의 도넛 포장 케이스, 턴테이블 모양의 도넛 등을 선보였는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상에 끊임없이 회자되며 화제를 몰고 있다. 이는 던킨도너츠가 이제 단순히 도넛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보고 즐길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던킨도너츠 디자이너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제품과 마케팅 전략에 맞게 적용하고 구현해내는 작업을 담당한다. 특히 모든 디자인 요소에는 브랜드 고유 색상인 분홍색과 주황색이 드러나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패키지 디자인 또한 중요한 영역인데, 패키지는 상시 패키지와 프로모션 패키지로 구분된다. 상시 패키지의 경우 매장 인테리어나 그래픽 디자인과 잘 어우러지도록 통일감을 주는 데 집중하고, 프로모션 패키지의 경우 종이컵 뚜껑이나 슬리브 형태, 구조의 변화를 통해 패키지가 가장 이상적인 프로모션 툴로 활용될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던킨도너츠 쇼미더머니 컬래버래이션 패키지 

예를 들면 프로모션 패키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캐릭터 협업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는 제작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도 일단 시도해보며 개선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던킨도너츠 디자이너는 “패키지 형태에 캐릭터 고유의 특성을 잘 반영하려다 보니 금형으로는 제작이 불가능할 때가 많아 여러 제작업체와 함께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패키지뿐 아니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각종 노벨티 제품 또한 일관된 브랜드 디자인을 적용한다. 시즌 특성이나 트렌드를 반영하고 과거의 스테디셀러를 업그레이드해 출시하기도 하지만 늘 강조하는 것은 디자인의 일관성과 디테일함이다. 컵 뚜껑을 하나 디자인하더라도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했을 때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입이 닿는 각도나 위치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킨 컵을 비롯한 다양한 성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글 최누리 객원기자, 월간디자인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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