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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그룹, 제과제빵도 디자인 혁신과 함께 한다.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17-01-16 (월) 21:01 조회 : 2639




SPC 그룹과 알레산드로 멘디니가 컬래버레이션한 패키지 시리즈. 


SPC 그룹은 파리크라상, 삼립식품 등 4개 계열사 산하에 28개 브랜드를 거느린 글로벌 식품 전문 그룹이다. 특히 파리바게뜨, 샤니, 빚은,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제과ㆍ제빵 분야에 특화되어 있다. 전 브랜드의 점포를 합하면 국내 6000여 개, 국외 18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이 거대 그룹의 디자인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SPC 그룹은 각 브랜드별로 분산되어 있던 디자인 팀을 합쳐 2012년 디자인 센터로 출범시키면서 디자인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약 80여 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는 SPC 그룹의 디자인 센터는 크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인테리어 디자인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커뮤니케이션 부문은 다시 브랜드 디자인 팀, 패키지 디자인팀, VMD(Visual Merchandising) 팀으로 나뉜다. 브랜드 디자인 팀에서는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관리하며, 패키지 디자인 팀에서는 제품의 패키지를, 그래픽 디자인 팀에서는 마케팅과 관련한 홍보물, 사이니지 디자인을 담당한다. VMD팀은 제품의 진열을 담당하는데 특히 크리스마스 등 시즌별로 각 매장의 콘셉트를 결정한다.

SPC 그룹은 1945년에 설립한 해방둥이 기업이다. 황해도에서 ‘상미당’이라는 빵집으로 시작해 크림빵으로 유명한 삼립식품을 거쳤고, 2004년에 SPC 그룹으로 출범하면서 식품업계에서 가장 큰 기업군에 속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제과ㆍ제빵을 가내 수공업에서 산업으로 격상시킨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특히 전통 제조업으로만 인식되던 식품 기업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디자인을 핵심 경영 가치로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직원들의 디자인 역량에 관심이 많아서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 디자인 역량 평가를 포함시킬 정도다. SPC 그룹이 디자인 경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자인 센터가 CEO 직속 그룹으로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여러 사람을 거치게 되면 디자인의 본래 의도가 바뀌게 된다고 하여 디자인 센터장 없이 모든 제반사항을 CEO에게 직접 보고하게 되어 있다. SPC 그룹에서 생각하는 디자인 경영이란 디자인 센터의 자체 역량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국내 대기업 의 경우 외부의 디자인 전문 회사에 거의 프로젝트를 맡기고 사내에서는 관리만 하는 것이 보통 이지만 SPC 그룹은 내부에서 모든 디자인을 소화하고 있다. 외부 회사에 프로젝트를 맡기는 건 유명 디자이너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경우 정도다. 이러한 협업 과정에서도 디자인 센터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누구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지, 각 브랜드에 맞는 디자이너를 어떻게 찾을지 기획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고민한다.


가장 최근의 적합한 사례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와의 컬래버레이션. 기업 설립 70주년을 맞아 전 브랜드가 대대적으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 브랜드에 맞는 캐릭터를 멘디니가 개발해 다양한 제품에 적용한 것인데, 개별 브랜드와 진행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DDP에서 개최된 멘디니 전시를 공식 후원하 며 전사 차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전시 후원, 멘디니와의 작업 또한 디자인 센터에서 선제안한 것이었다. 이처럼 각 프로젝트의 기획에서 실행까지, SPC 그룹에서 디자이너의 목소리는 굉장히 큰 편이다. 제품 개발 단계에서도 디자이너은 초기 과정부터 함께한다. 파리바게뜨 한 가지 브랜드에서만 나오는 시제품이 일주일에 수백가지. 개발팀에서 제품을 만들면 담당 디자이너 와 마케터, 프로젝트 매니저가 함께 회의를 한다. 마케터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품 이름과 홍보 방향을 결정하고 디자이너는 이 콘셉트에 맞는 패키지 등 디자인을 고민한다. 때로는 패키지뿐 아니라 케이크 등 제빵 제품 자체를 디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인데, 아이스크림 케이크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처음 제안한 것으로 제품의 콘셉트가 정해지면 디자이너가 직접 케이크 스케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단순히 제품의 패키지나 콘셉트 디자인만 하는 것은 아니다. SPC 그룹의 디자인 센터가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것은 디자이너들이 주도적으로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세워간다는 것. 따라서 디자이너들은 매우 복합적인 과정으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단순히 리테일 숍에 있는 제품 하나, 패키지 하나를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과 관련한 모든 요소, 즉 그래픽, 브랜딩, 인테리어, 진열까지 전반적인 브랜드 디자인을 구성해 가는 것이다. 수많은 산하 브랜드를 둔 SPC 그룹에서는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파리바게뜨의 디자인 콘셉트는 ‘도시적인 스타일리시함’이다. 따라서 즐거우면서도 접근하기 쉽고, 가벼운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춘다.


특히 파리바게뜨의 상징 인 블루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파란 계열의 색상이 음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지만 컬러 하나로 대변되는 브랜 드 아이덴티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시대에 따라 리터칭하며 꾸준히 블루를 파리바게뜨의 상징으로 유지해가고 있다. 반면 상위 브랜드인 파리크라상은 모두 직영점으로, 밀가루 반죽부터 매장에서 직접 하는 스트레이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매장 색감도 더 어둡고, 제품에도 검은색과 같은 컬러 계열을 더욱 많이 사용한다. 파리바게뜨나 던킨도너츠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부분이다.

SPC 디자인 센터의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는 아마도 파리바게뜨의 커피 컵 ‘파리지앵’일 것이다. 이 컵이 나왔을 때 커피 컵에는 파란색이 아니라 전통적인 갈색 계열을 사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파리바게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고 커피 컵을 아이콘화하기 위해 디자인 센터에서 많은 설득을 했다. 유명 산업 디자이너 스테파노 조반노니와 협업해 디자인한 이 컵 하나로 파 리바게뜨는 다른 커피 브랜드의 매출을 뺏어올 정도가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커피는 카페에서 사먹는 것이지 빵집에서 사 먹는다는 인식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것이다. 결국 제품에 맞춘 디자인을 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에 먼저 중심을 맞추고 그다음에 제품과 마케팅 혁신이 이루어진 셈인데, 이것이 바로 SPC 그룹이 말하는 디자인 경영이자 디자인 혁신이다.



 

1 빚은 어린이용 패키지 시리즈.
2 카페 아다지오 롤케이크.
3 파리바게뜨 파리지앵 컵(미스터 카페아다지오, 미스 카페아다지오).
4 스테파노 조반노니와 협업해 디자인한 파리바게뜨 파리지앵 컵.




1, 2, 3, 4 던킨도너츠 스머프, 무민, 곰돌이 푸, 카카오 프렌즈 컵 시리즈.




던킨도너츠 킨컵.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 iF 디자인 어워드 음료 패키징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1 주스(JUS) 패키지 시리즈.
2 코피(Koffy) 패키지 시리즈
3 파리크라상 산하 브랜드 str EAT 패키지 디자인.


Interview


“현실과 밀접한 문제를 떠안고 디자인한다는 것이 디자인 전문 회사와 다른 점이다.”


SPC 디자인 센터가 정의하는 디자인 경영이란?
디자인을 단순히 감성적인 것이 아니라 마케팅적으로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예를 들어 한 제품의 패키지를 바꾸었을 때 그것이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다 따져볼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에서 디자인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디자인의 가치를 수치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디자인을 개선함으로써 일어나는 변화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립해가고 있다. 마케팅팀, 영업팀과 함께 협업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던킨도너츠와 같은 합작 브랜드의 디자인 자유도는 어느 정도인가?
비알코리아의 던킨도너츠나 배스킨라빈스는 합작 브랜드이긴 하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우리가 더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 던킨도너츠에서는 전사의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한국에서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일 정도로 한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같은 경우도 한국에서 거의 독자적으로 시행하고 있는데,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 역수출하고있다.

전국 수많은 매장의 디자인 품질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스토어 아이덴티티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영업 사원들도 해당 역할을 맡아 한다. 하지만 직영점과 달리 가맹점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 점포마다 주인이 따로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해외 가맹점은 대부분 요청한 대로 따르는데 한국 가맹점들은 우리가 아무리 디자인 가이드를 주고 따라 달라고 요청을 해도 각 점포 사장님의 취향대로 꾸미는 경우가 많아 디자인 관리가 쉽지 않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인가?
전국 각 점포에 디자인을 배포했을 때 쉽게 적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이 때문에 디자인 단가에 신경 써야 하는데 100원의 차이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과 밀접한 문제를 떠안고 디자인한다는 것이 일반 디자인 전문 회사와 디자인 센터가 다른 점이다. 디자인을 외부 디자인 회사에 맡기면 디자인 수준 자체는 높을 수 있지만 막상 제품을 생산하거나 적용하는 단계에서는 단가라든가 조율할 문제가 많아 현실화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다못해 종이 재질이나 컬러 개수까지 단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는 것이다.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디자인 요소가 많은 외식이나 식품업계에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지켜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홍보물 사진 하나를 찍어도 그냥 찍는 것이 아니라 모두 브랜드에 맞는 가이드에 따라 진행한다. 고객들은 쉽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각 브랜드의 모든 디자인 요소가 그 정체성에 맞게 구성되어 있다.

디자인 센터와 가장 긴밀하게 협업하는 부서는 어느 곳인가?
역시 마케팅 팀이다. 제품 개발부터 출시까지 긴밀하게 협의한다. SPC 그룹에서는 이노베이션 랩이라고 불리는 R&D 팀도 조직이 큰데, 제품을 개발하는 부서다. 모두 디자인 센터와 한 건물에 있어서 언제든지 모여 의견을 교환한다. 인테리어 부문, 커뮤니케이션 부문도 유기적으로 함께 일한다. 예를 들어 매장 인테리어를 하면 메뉴, 사이니지, 월 그래픽 등 그 안에 들어가는 그래픽 디자인 요소가 매우 많아 그래픽 디자인 팀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최근 설립 70주년을 맞아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DDP에서 열린 멘디니 전시를 후원하자는 제안을 디자인 센터에서 먼저 했다. SPC 그룹이 디자인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지 알려 브랜드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전사가 참여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각 브랜드를 통합해 같은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일반적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는 개별 브랜드와 한 명의 산업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70주년이라는 특성 때문에 전 브랜드를 포괄해야 했다. 브랜드마다 색깔이 다르다 보니 이를 한 명의 디자이너와 연결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멘디니와의 협업 과정은 어떠했나?
멘디니가 한국 기업과 디자인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했다. 우리가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하니 멘디니 측에서 무척 놀랐는데, 보통 디자인 결과물을 보여주면 대부분 적응하지 못하고 무척 놀란다고 한다. 유명한 디자이너와 작업하긴 했지만 본인들이 평소 생각하던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에 놀라는 것이다. 이렇게 협업을 해놓고도 자신의 한계에 갇혀버리기 때문에 결국 디자인이 디자이너의 처음 의도와 달라지게 된다. 기획 단계부터 무엇을 기대하는지 명확히 규정하고, 또 결과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것이 디자인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1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 협업해 디자인한 파리바게뜨 생수 오(EAU).
2 배스킨라빈스 디즈니 미키 미니 패키지.
3 배스킨라빈스 빅 히어로 패키지.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6년 2월호) 글 최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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