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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Pixel 보다 강하다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11-12-10 (토) 13:34 조회 : 3011
"하이테크(High Tech)"와 "하이터치(High Touch)시대로 대표되는 현대를 John Naisbitt 교수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하이테크는 고도의 기술을, 하이터치는 무용, 미술, 시문학, 음악과 공동체, 가족, 관계, 자연 및 이러한 개념들 사이의 균형을 통해 우리의 인간성을 찬미하는 방법이다"라고 하였다. 이러한 기술력과 감성의 결합, High Tech & High Touch의 개념이 바로 감성마케팅의 근간으로 현대 마케팅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감성마케팅(Emotional Marketing)은 고객들의 감성에 어울리는 혹은 그들의 감성이 좋아하는 자극이나 정보를 통해 제품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고객들이 특정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 유대가 높을수록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감성적으로 어필하는 손으로 쓴 글씨체(handwritten)는 타제품과의 차별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충동구매나 POP(Point of Purchase)의 성격이 강한 패키지디자인에 있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손으로 쓴 글씨체는 익명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타이포그래피에 비해 개성적이고 작가의 의도가 잘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전통적인 Handwritten글씨체로 대표되는 장식적 흘림체인 Calligraphy이나 script 이외에도 거칠게 휘갈겨 쓴 Scrawl, 긁어내고 끌로 파낸 것 같은 Scratch, 장식적이고 디지털 Type을 손으로 모사한 Simulate, 글자에 입체감, 생명감을 넣어주는 Shadow 글씨체 등 다양한 기법으로 패키지디자인에 넓게 사용되고 있다. 디자인 역사에서 살펴보면 손으로 쓴 글씨체(handwritten)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을 바탕으로 하고 주관적인 직관과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형성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데 다양성, 임의성, 유희성으로 대표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해체와 왜곡을 통한 극단적 변형과 차별화하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손 글씨의 매력 그리고 디지털 혁명에 대한 반발작용으로 인한 정통적-모더니즘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배척이 그 원인이다.

디지털 글씨체가 사무적이고 공식적이라면 손으로 쓴 글씨는 비공식적이며 표현적이다. 해체주의 타이포그래피가 과격하고 극단적이라면 손으로 쓴 글씨는 친근하며 유모어와 예술성이 결합되어 강한 임팩트를 전달한다. 이것이 전근대적 기법으로 치부되던 손으로 쓴 글씨를 차세대 타이포그래피의 대표적인 트렌드로 예견하는 이유이다. Handwritten 패키지디자인의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Blue Q 라인의 창업주 Mitch & Nash 형제는 껌은 친근하고 재미있는 모티브이며 언제 어디서나 판매 가능하고 특히 디자인에 따라 충동구매가 가능한 제품이라는 판단 하에 ‘선물(Gift)할 수 있는 껌’ 개념으로서 패키지를 개발하였다. 10명의 디자이너에게 ‘눈에 띄는 껌 패키지’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Gum Philosophy, Bad Ass Gum, Make out Gum등의 시리즈를 개발하였다. Gum Philosophy는 Design Ranch사에서 개발한 패키지로 사랑(Love), 지혜(Wisdom), 창의성(Creativity) 등 삶에 대한 격언이나 속담을 각기 다른 색깔 파레트와 개성이 담긴 handwritten 패키지에 담았다. 거칠고 강한 흘림체 글씨(Scrawl)를 이용하여 쓴 Philosophy No.4에 담긴 에너지와 Philosophy No.8의 아웃라인을 이용한 입체감과 생명감, Philosophy No.11에 담긴 script글씨체의 친근하고 감성적인 어필을 통해 단순한 포장 이상의 개성과 친근함으로 소구하였다. 이외에도 긁히고 거친 Scratch체가 담긴 거칠고 급진적인 껌 패키지와 장식적인 선을 이용한 Simulate글씨체등 지속적인 시리즈 개발을 통해 Gum Philosophy는 소비자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켰다.



Blue Q의 Mitch Nash가 튀는 감각의 비누를 제작해 인터넷에 주문 비누로 시장에 진수하였다. Dirty Girl이 갖고 있는 브랜드 네임이 전달하는 ‘더러운’, ‘행동거지가 바르지 않은’의 의미는 제품의 상징적인 의미보다는 감성적이고 현실적인 의미에 가치를 두는 신세대에게 오히려 “더러우니까 비누가 필요하다”라는 아이러니한 의미로 부각되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거친 펜글씨를 연상시키는 Calligraphy와 조악하고 거친 1950년대 ‘Pin-up Girl' 이미지를 결합한 로고타입은 순수함과 유희적인 성격이 혼재되어 있는 브랜드의 개성을 전달하고 있고 균형 잡히지 않고 정렬되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게 패키지에 적용된 장식적이며 구불구불한 글씨체는 적당한 가독성과 함께 제품에 대한 감성적인 어필을 하고 있다.





Stefan Sagmeister가 자신의 디자인 회사 창립 5주년 기념 파티를 위해 제작한 초대장 패키지. 깔고 앉으면 방귀소리를 내는 풍선에 “진정한 스타일이란 단순한 장식이나 공허함이 아닌 컨셉(Fart)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회사의 Motto와 제작물에 대한 컨셉과 관련기사를 자연적이며 즉흥적이며 친근한 handwritten 글자체를 이용하여 전달하고 있다.





작곡자이자 영화제작가인 David Bryne의 Afro-Portuguese음악을 담은 CD 패키지. 식민지의 아픔을 경험한 우울한 분위기와 지치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아름다움을 희미한 달빛이 깔린 깊은 톤의 흑백사진에 조악한 아웃라인 Scrawl글씨체를 Off Center에 위치하여 서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였다.





다양한 신발 종류에 따라 차별화된 신발안창 패키지를 개발한 Superfeet사는 제품의 특성과 사용방법을 일러스트레이션과 장식적인 Simulate글씨체를 이용하여 친근하고 대량생산 제품이 아닌 수공예 제품의 가치가 담길 수 있도록 하였다.





Sogrape사는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Mateus브랜드를 생산하는 유서 깊은 와인 제조회사이다. 새롭게 Sogrape사의 최고급 브랜드인 Reserva를 생산하면서 프리미엄 제품의 가치를 Calligraphy 글씨에 담았다. 발한 색상과 손으로 찢은 것 같은 마감의 라벨은 전통적인 가치를 더하고 능숙하게 쓰여진 글씨는 귀족적이고 고급스런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Calligraphy 글씨에 잉크의 색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하여 시선을 끄는 동시에 가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였다.






Anti-Type Movement를 선도하는 Art Chantry가 디자인한 뉴 펑키록그룹인 Phone Dummy의 CD패키지. 긁히고 거칠게 파여진 Scratch와 조악한 Scrawl 글씨체가 만들어내는 균형과 조화의 파괴를 통해 오히려 유혹적이고 즉흥적이며 감각적인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





Art Chantry가 디자인한 CD 패키지로 신성하고 단조로운 그리드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로 싸구려 이미지의 겹으로 만들어진 가독성 없고 훼손되고, 거칠고, 꼴사나운 이미지를 통해 전통적인 보수주의를 조롱하고 있으며 균형 잡히지 않고 정렬되지 않으며 거칠고 난폭한 글자체를 통해 오히려 인간적이고 감각적인 친밀감을 형성한다.





정확하지 않고 대충 그려진 불완전한 글씨체에 더해진 Shadow와 즉흥적인 칼라링을 통해 낙서에 대한 추억을 느끼게 한다. 싸구려 dingbat과 통일성과 논리성이 결여된 표현은 숙련되지 않은 것의 미학적 가치와 지루한 Type에 생명감을 넣어준다. Shadow글씨체는 가독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선을 끌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Din of Ecstacy CD패키지는 사랑에 대한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않은 갈망을 긁히고 파여진 급진적인 Scratch 타이포 텍스쳐를 통해(사진 15) Fantasy CD 앨범은 스프레이로 그려진 하트에 스며드는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스타일로 전달하고 있다.




코카콜라사의 과일음료 Fruitopia는 과일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이미지를 1960년대의 환각적이며 생동적인 Psychedelic 글씨체를 통해 표현하고 있으며(사진18, 19) Duffy Design에서 제작한 Smartwool 양말 브랜드 아이덴터티와 패키지디자인은 털실로 짠 양말의 특성을 만화 같은 일러스트와 결합한 script Type을 이용하여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1877년 설립된 스페인의 유서 깊은 신발 제조회사에서 만든 캐쥬얼 신발라인 Camper는 ‘Walk don't run'이라는 컨셉을 라인 드로잉 캐릭터와 그래픽적 개성이 담긴 Scrawl 글씨를 통해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거침없는 재담을 자유분방하고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코메디하우스의 프로모션에 사용된 Scrawl체와 중세 유럽의 전통적이고 격조 높은 script 글씨체를 이용한 Au Pain Dore의 빵 패키지는 브르죠아의 특권의식과 예술적 깊이, 친근하고 감성적인 어필을 통해 브랜드의 개성을 전달하고 있다.



출처: 디자인정글
글: 이경선
한경대 산업디자인과 조교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파슨스스쿨 졸업, Pratt Institute졸업, 제일기획 챌린지팀 근무.  


   

 
엘지생활건강 오로라월드 한국맥널티 롯데제과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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