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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켈리 패키지디자인 아이덴티티 프로젝트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23-06-03 (토) 13:05 조회 : 227




하이트진로가 테라에 이어 4년 만에 신제품 켈리를 선보였다. 다년간 호흡을 맞춘 브랜드 컨설팅 전문회사 인피니트 그룹과 협업해 다시 한번 국내 맥주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지 기대된다.

최근 몇 년 동안 수제 맥주 브랜드들이 반짝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국내 레귤러 맥주 시장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사실 꽤 드문 일이다. 인간의 오감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감각이 미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존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력이 들기 때문이다. 소리 없는 각축전이 이어지는 시장에서 기성 브랜드의 아성을 뚫고 신제품이 성공하려면 맛뿐 아니라 치밀하게 계산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하이트진로의 야심작, 켈리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켈리는 탄산감이 강렬한 라거이지만, 부드러운 거품까지 구현해낸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눈은 언제나 혀보다 자각하는 속도가 빠른 법. 아무리 훌륭한 맛이라도 이를 적절히 시각화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맛을 비주얼로 구현해야 하는 디자이너에게 어려운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하지만 인피니트그룹(이하 인피니트)은 지난 30년간 하이트진로와 쌓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3년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인피니트 이정아 부사장은 면밀한 사전 리서치가 오랜 협업 관계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기존 맥주 브랜드들의 사례 조사는 물론, 켈리와 맛이 유사한 맥주들의 비율과 특징을 모조리 수치화해 정리했다. 이러한 치밀함에 클라이언트는 신뢰로 답했고, 그 결과 디자이너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었다.

인피니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부드러움과 강렬함을 모두 표현하기 위해 국내 레귤러 맥주 최초로 앰버amber 컬러 유리를 구현하는 한편, 병 어깨 부분에 곡선적 헤리티지heritage 타입을 적용하고 아래쪽으로 갈수록 직선적으로 좁아지는 테이퍼드tapered 타입을 조합했다. 또한 장인이 정성껏 깎아낸 듯한 시그너처 캐릭터 라인을 개발하여 병 어깨에 적용했다. 사실 인피니트의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 히트작 청정 라거 테라에서도 특유의 휘몰아치는 듯한 토네이도 라인과 선명한 초록색, 세련된 로고타이프 디자인으로 테라의 성공에 일조했다. 한 차례 거둔 성공의 경험 역시 클라이언트의 믿음을 사는 데 일조하며 또 다른 실험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일반 맥주와 다른 독특한 형상의 라벨도 주목할 만하다. 보통 맥주 라벨은 별다른 특징 없이 병을 감싸거나 원형 혹은 타원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켈리의 다각형 라벨은 병의 형상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서로의 특징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 또한 테라 디자인과 비교하면 더욱 흥미롭다. 테라에서는 역삼각형의 명쾌한 라벨과 반듯한 서체로 청량감을 직관적으로 표현했다면 켈리는 다각형의 직선적 라벨을 통해 부드럽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정아 부사장 또한 곡선과 직선을 조화시켜 상반된 이미지를 표현한 것이 켈리 디자인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단순한 문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험이 따라야 한다. 시각은 순식간에 정보를 받아들이므로 이질적 특성을 조화시키려면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상반된 특성을 성공적으로 표현하지 못해 디자인보다 문구가 앞서곤 하는데, 켈리는 이 두 가지를 고르게 구현해냈다.

물론 이제 갓 출시 2개월에 접어든 켈리의 성패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다만 출시 이후 켈리의 판매량이 벌써 4년 전 테라를 앞질렀다는 보도가 심상치 않다. 과연 테라가 그러했듯이 켈리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생명력을 얻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정영수 담당 김세음 기자, 월간디자인 202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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