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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유통의 시작 마켓컬리의 패키지 리뉴얼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21-03-07 (일) 23:07 조회 : 2698






유통 시장 시스템에 더 이상 어떤 혁신이 가능할까 싶은 2015년, 마켓컬리(대표 김슬아)가 시작한 새벽 배송은 그야말로 틈새를 파고든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니즈와 심리를 간파해 소비자의 ‘시간’을 파고든 것이다. 이뿐 아니라 마켓컬리는 상품별 최적 온도를 유지하는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비롯해 상품 수요 예측에 관한 데이터 축적과 활용, 물류 시설 확충 등 유통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이는 기업 설립부터 유통에 관한 모든 시스템을 바꿔보겠다는 목표와 최상의 상품을 최적의 환경으로 제공한다는 가치가 자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통업의 생태계에서 더 나아가 기업과 사람, 그리고 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가기 위한 고민도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켓컬리는 설립 5년 차를 맞은 올해, 브랜드의 얼굴인 BI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일을 시작으로,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해나가겠다는 ‘올페이퍼 챌린지All Paper Challenge’를 통해 지속 가능한 유통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9월 선보인 새로운 BI는 기존의 BI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이다. 마켓컬리 하면 떠오르는 보라색과 타이포그래피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한층 산뜻하고 세련된 형태로 탈바꿈했다. BI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은 마켓컬리의 크리에이티브 조직 BC(Brand Contents)팀은 ‘컬리퍼플’이라는 그들만의 보라색을 찾아냈으며, 기존의 컬러보다 채도와 명도를 높여 시의성과 명시성을 개선했다. 서체 역시 기존 형태를 좀 더 단순화해 가독성을 높였다. 또 높이와 배치, 형태감의 변화로 안정감과 균형감을 꾀했다. 무엇보다 고유한 디자인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여기에 새로운 무드를 불어넣었음으로써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인지하도록 한 점은 특히 인상적이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BI는 한층 감각적인 동시에 견고한 이미지를 강화해 브랜드에 긍정적 이미지를 더했다. 이는 앞으로 더욱 성장해갈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웹과 모바일, 배송 차량, 포장 패키지와 제작물 등 다양한 소비자 접점에 활용되고 있다.

BI와 함께 새로운 변화는 바로 포장재 변경이다. ‘올페이퍼 챌린지’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유통 시스템을 사업의 핵심으로 삼아온 마켓컬리의 대대적인 혁신에 가깝다. 상온과 냉장, 냉동 박스는 물론 완충재와 지퍼백, 테이프 같은 내부 부자재까지 종이로 변경한 것으로, 지난 9월부터 샛별배송 포장재부터 교체되기 시작했다. 2021년까지는 배송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택배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포장재를 종이로 변경할 예정이다. 포장재에 사용되는 종이는 위생적이며 친환경적인 소재로, 특히 국내 재활용 시스템에서 폐기 시 자연 분해되는 시간은 단 5개월 정도다. 스티로폼이 500년 걸리는 것에 비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포장재 종류마다 다르지만 평균 90% 재활용 종이에 강도를 위해 혼합한 10%의 펄프 역시 FSC 인증을 받은 제지를 사용한다. FSC는 국제산림협의회에서 구축한 산림 경영 인증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산림 훼손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이 변화로 매해 약 750톤의 비닐과
2130톤의 스티로폼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2중 골판지를 사용한 공기층 구조를 활용해 보냉력도 높였다. 냉동 박스의 경우에는 발수력이 높은 원지를 사용하여 코팅 처리를 하지 않았다.

모든 박스와 내부 부자재는 별도의 처리 없이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했고,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젤 아이스팩도 100% 워터팩으로 변경해 선보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마켓컬리는 소비자가 수령한 종이 박스를 회수하는 서비스까지 진행하는 중이다. 서울과 경기, 인천의 샛별배송 지역을 대상으로 한 번에 최대 3개까지 종이 박스 회수가 가능하며, 이 박스는 재활용업체에 전달된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초등학교 교실 숲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다. 교실 대기 정화를 위해 진행하는 초등학교 교실 숲 프로젝트는 전 세계 각국에 나무를 심는 소셜 벤처 ‘트리플래닛(대표 김형수)’과 함께 진행 중이다. ‘올페이퍼 챌린지’가 시작된 지 1개월 만인 지난 10월부터 월곡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매월 1개 학교에 교실 숲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유통이 물건을 전달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박스와 포장재를 처리하는 과정 그리고 재활용 단계까지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데 더욱 의미가 있다. 이는 유통을 핵심으로 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이를 위한 활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BI와 포장재 리뉴얼 프로젝트는 단순히 환경 혹은 지속 가능성이라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가치 있는 사용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기업의 본래 목표와도 연결된다. 그래서 앞으로 지속 가능한 유통과 선순환을 꾀하려는 유통 산업 전반의 변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켓컬리의 행보는 여러 유통 분야의 좋은 선례가 될 것이며, 그 긍정적 파급력 또한 기대해볼 만하다.

바이라인 : 글 오상희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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