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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타임을 디자인하다, 라이프클락
글쓴이 : 패키지포유 날짜 : 2021-03-07 (일) 20:00 조회 : 996








꼬박 1년 전인 지난해 9월, 경상북도 경주시에 진도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1978년 관측 이래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로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등 주요 문화재가 손상을 입었고 지역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일어난 현상 중 하나가 이른바 ‘72시간 생존 가방’의 일시적 수요 급증이었다. 하지만 1년 365일 가방을 끼고 살 수는 없는 일. 당시 구매한 재난대비키트는 어느덧 기억의 뒤편(혹은 창고 한구석)으로 밀려나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재난이 일어났을 때 즉각 대비하기가 어려운 현실인데 경기도주식회사가 최근 선보인 라이프클락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해 눈길을 끈다.

산업 디자인 전문 회사 SWNA가 디자인한 이 제품은 평상시 스탠드 혹은 벽걸이용 시계로 기능하지만 비상사태에서는 재난대비키트로 변신한다. 시계는 평소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아이디어. 시계 안에는 구호 요청 깃발과 압박붕대, 호루라기, 조명 봉 등이 내장되어 있는데 6시간의 골든 타임에 꼭 필요한 필수 아이템만 선별해 넣은 것이다. 경기도주식회사 김은아 대표는 “경기도는 31개 시군이 포함되어 있다. 광범위한 지역인 만큼 바람 잘 날이 없고 그만큼 안전에 대한 고민 역시 많은 지역이다”라고 개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라이프클락은 단순한 재난대비키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제품 자체에 지자체와 중소기업 간의 상생을 추구하는 경기도주식회사의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 전국 350만 중소기업 중 약 22%가 경기도에 밀집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대기업의 OEM 회사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의 건강한 자립을 돕고자 했던 지자체가 꺼내 든 묘안이 바로 경기도주식회사였다. 94곳의 주주를 둔 명백한 주식회사 형태이지만 지자체가 발의한 만큼 공공적 색채 또한 강하다. 즉 민간 영역과 공공 영역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올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선보인 첫 기획 상품이 바로 라이프클락이다. 그 취지에 맞게 시계에 내장된 용품 하나, 부품 하나를 만드는 데 총 18개의 도내 중소 제조 기업이 참여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앞으로 재난 관련 제품 라인을 상황별로 나눠 늘려가는 한편, 중소기업의 디자인 전략을 컨설팅해주고 브랜드와 제조사를 연결해주는 공유 플랫폼으로 자리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00년대 후반 노키아가 무너졌을 때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핀란드 경제가 탄탄하게 유지되었던 배경에는 내실 있는 중소기업의 힘이 컸다. 경제 대국 독일과 영국의 바탕에도 언제나 중소기업이 함께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빛 좋은 개살구로 남지 않도록 지자체가 고안한 현실적 대안이다. 이들의 실험이 미래에 공공의 기능과 역할을 정의하는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바이라인 : 글: 최명환 기자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7년 9월호)

   

 
엘지생활건강 오로라월드 한국맥널티 롯데제과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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