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기능에 따라온 굿 디자인

계란지킴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을 증명하는 택배용 패키지 하나가 눈에 띈다. 계란을 깨지지 않게 하는 본래 기능에 충실한 이 패키지는 가장 통풍이 잘되는 재질과 각기 다른 크기에 따라 유연하게 담을 수 있는 가변적인 포켓도 갖췄다. ‘계란지킴이’라는 군더더기 없는 이름이 붙은 이 패키지는 경북 영천의 포장 전문 기업 현대에코팩(대표 권순억)이 개발해 특허 출원한 제품이다. 15년 동안 자동차 부품, 차량 시트부터 지역 특산품 포도를 담는 패키지까지 다양한 택배용 포장을 고안해온 이들은 별도 홍보 없이도 이미 60군데가 넘는 양계 농가에 패키지를 납품하고 있다. 섬세하게 말아 넣은 골판지가 계란 한 알 한 알을 완전히 감싸 바닥에 던져도 충격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 종이를 사용해 기존의 스티로폼이나 일명 뽁뽁이,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택배용 패키지보다 가볍고 친환경적이다. 패키지 자체에 로고를 인쇄할 수도 있어 로고를 표기하고자 하는 거래처에게 인기가 높다. 양계농협조합장을 맡고 있는 지인의 고민으로 시작된 제품 개발은 가장 껍질이 얇고 크기도 제각각인 여름철 왕란을 활용해 숱한 실험을 거쳤다. 계란이 직접 닿는 골판지를 동그랗게 말아 풀로 붙이는 작업 또한 자체적으로 기계를 개발해 생산 중이다. 전에 없던 디자인은 결국 가장 불편한 점을 개선하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좋은 디자인이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관통하는 최적의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blog.naver.com/eggjikimi

김은아

디자인하우스 (월간디자인 2015년 9월호